인텔(INTC)의 2026년 전망: 파운드리 난항과 미 정부의 전략적 개입

2025년 크리스마스, 미국 증시는 휴장에 들어갔지만 인텔(Intel Corporation, NASDAQ: INTC)을 둘러싼 투자자들의 논쟁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인텔은 올 한 해 주식 시장에서 가장 극적인 경영 정상화(Turnaround) 스토리를 써 내려가는 동시에, 시장의 의견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종목으로 2025년을 마감하고 있다. 특히 차세대 파운드리 공정인 ’18A’와 관련된 부정적 보도와 미국 정부의 대규모 지분 투자가 동시에 맞물리면서, 인텔의 미래에 대한 낙관론과 비관론이 혼재하는 양상이다.

롤러코스터 장세와 18A 공정 리스크

크리스마스 직전 마지막 거래일이었던 12월 24일, 인텔 주가는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장 초반 급락세로 출발했으나 이후 낙폭을 상당 부분 만회하며 36.15달러 선에서 마감했다. 이날 주가의 출렁임은 인텔이 처한 현재의 시장 심리를 대변한다. 파운드리 사업의 기술적 성과에 대한 우려는 언제든 주가를 끌어내릴 수 있는 악재로 작용하지만, 동시에 2025년 확보한 막대한 전략적 자금과 정치적 지원이 하방 경직성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을 뒤흔든 핵심 이슈는 인텔 파운드리(위탁생산)의 차세대 핵심 기술인 18A(1.8나노급) 공정과 관련해 엔비디아(Nvidia)가 테스트를 진행했으나 후속 절차를 중단했다는 로이터 통신의 보도였다. 이는 파운드리 사업에서 단순한 관심 표명이 아닌 대형 고객사의 물량 확보가 절실한 인텔에게 뼈아픈 소식이다. 앞서 브로드컴(Broadcom) 역시 18A 공정을 테스트한 후 양산에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텔의 미세 공정 수율(Yield) 확보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은 커지고 있다. 현재 파운드리 시장은 TSMC가 71%의 점유율로 독주하고 있으며, 삼성전자가 그 뒤를 쫓고 있는 형국이다. 인텔이 애리조나 ‘Fab 52’ 등을 통해 반격을 노리고 있지만, 안정적인 수율 없이는 고객사 확보가 요원한 상황이다.

데이터센터 시장의 지각변동: AMD의 약진

인텔의 위기는 파운드리에 그치지 않고 본업인 CPU 부문, 특히 데이터센터 시장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지난 20여 년간 데이터센터 CPU 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해 온 인텔은 최근 경쟁사 AMD에게 매출 역전을 허용했다. 올 3분기 AMD의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은 43억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22% 성장한 반면, 인텔은 41억 달러에 그치며 1% 감소세를 보였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분기당 50억~6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던 인텔의 데이터센터 사업부는 AMD의 고성능·고효율 CPU 공세에 밀려 수익성과 점유율 모두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정부의 구원 등판과 전략적 자산화

그러나 이러한 기술적, 영업적 난항에도 불구하고 인텔 주가가 지지력을 보이는 배경에는 미국 정부의 강력한 개입이 있다. 인텔의 2025년 재평가는 단일 제품의 성공보다는 미국 내 필수 제조 자산으로서의 전략적 가치에 기인한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인텔 지분 9.9%를 약 89억 달러(주당 20.47달러 산정)에 매입하기로 합의했으며, 이는 정부 보조금을 지분으로 전환하는 형태다.

또한 인텔은 해당 거래와 연계하여 57억 달러의 현금을 수혈받았으며, 파운드리 사업부의 지배력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추가적인 인센티브 조항을 확보했다. 이는 립부 탄(Lip-Bu Tan) CEO가 정치적 난관을 뚫고 이뤄낸 성과로 평가받으며, 인텔이 시장에서 “무시하기에는 너무나 중요한 전략적 자산”임을 재확인시켰다. 흥미로운 점은 엔비디아가 18A 공정 도입은 유보했으나, 반독점 당국의 승인을 받아 인텔에 5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양사의 관계가 단순한 기술적 협력을 넘어 재무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임을 시사한다.

복잡성 제거와 2026년 경영 전략

2025년 말, 인텔은 조직 슬림화와 집중 전략을 통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네트워크 및 통신 사업부를 매각하지 않고 유지하기로 결정한 것은 핵심 수익원을 헐값에 넘기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동시에 말레이시아에 후공정(패키징 및 테스트) 시설 투자를 확대하며 반도체 공급망의 필수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자문을 맡았던 인사를 대관 업무 책임자로 영입한 것은 향후 인텔의 전략에서 정부 정책과의 조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2026년을 맞이하는 인텔은 기술적 결함을 해결해야 하는 과제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라는 기회 사이에서 치열한 줄타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