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스콘, AI 업고 3분기 호실적… 소프트뱅크는 엔비디아 매각 후 OpenAI에 베팅

인공지능(AI) 산업이 글로벌 기술 기업들의 지형을 빠르게 재편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의 핵심 파트너인 팍스콘은 AI 서버 수요에 힘입어 기록적인 분기 수익을 달성하며 체질 개선에 성공한 반면, 소프트뱅크는 엔비디아의 지분을 전량 매각하고 OpenAI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엇갈린 행보를 보였습니다.

팍스콘, AI 서버 수요 폭증에 3분기 순이익 17% 급증

엔비디아의 주요 제조 파트너이자 애플 아이폰 조립업체로 잘 알려진 대만 기업 팍스콘(Foxconn)이 3분기 견조한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AI 서버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7~9월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한 576억 7천만 대만 달러(TWD)를 기록, 시장 전망치를 상회했습니다. 같은 기간 매출은 2조 6천억 대만 달러로 예상치에 부합했습니다.

특히 엔비디아 호환 서버 랙을 생산하는 팍스콘의 클라우드 및 네트워킹 부문이 이번 실적을 견인했습니다. 팍스콘 측은 AI 관련 매출이 이미 소비자 가전 매출을 넘어섰으며, 이러한 성장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영 리우(Young Liu) 팍스콘 회장은 “AI가 전 세계 제조 및 데이터 인프라를 변화시키고 있다”고 진단하며 투자자들에게 ‘돈의 흐름’을 따를 것을 촉구했습니다. 그는 또한 수요 충족을 위한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 중이지만, 환율 변동성이나 글로벌 공급망을 위협하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습니다.

AI 하드웨어 강자로의 도약: 1.37억 달러 규모 신규 투자

팍스콘은 현재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AI 하드웨어 생태계의 핵심 공급업체로 거듭나기 위해 대담한 투자를 결정했습니다. 팍스콘 이사회는 AI 연산 클러스터와 슈퍼컴퓨팅 센터 구축을 위한 신규 장비 도입에 최대 420억 대만 달러(약 13억 7천만 달러)를 지출하는 계획을 승인했습니다.

이번 투자는 2025년 12월부터 2026년 12월까지 전액 팍스콘의 자체 현금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한 소식통은 신규 인프라가 대만에 건설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습니다. 이 계획은 팍스콘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강화하고 3대 스마트 플랫폼 전반의 개발 속도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팍스콘은 이미 소프트뱅크와 협력하여 오하이오에 데이터 센터 장비를 공급하고, 엔비디아와는 대만에 100MW 규모의 AI 센터를 개발하는 등 AI 인프라 분야로 꾸준히 영역을 확장해 왔습니다. 이번 대규모 투자가 발표된 후 팍스콘의 주가는 타이베이 증시에서 약 2% 상승하며 AI 야망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을 반영했습니다.

소프트뱅크의 전략적 선회: 엔비디아 매각, OpenAI에 ‘올인’

팍스콘이 엔비디아와의 협력으로 AI 하드웨어 분야에서 입지를 다지는 동안, 일본의 거대 투자 기업 소프트뱅크 그룹은 정반대의 결정을 내렸습니다. 소프트뱅크는 지난 수요일, 미국 칩 대기업인 엔비디아의 보유 지분 전량을 58억 3천만 달러에 매각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소식에 소프트뱅크의 주가는 당일 최대 10%까지 폭락했으며, 최종적으로 6% 이상 하락 마감했습니다.

소프트뱅크는 실적 보고를 통해 지난 10월 3,210만 주의 엔비디아 주식을 매각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티모바일(T-Mobile) 지분도 일부 매각하여 91억 7천만 달러의 현금을 확보했습니다.

CNBC에 따르면, 한 관계자는 이렇게 확보된 자본이 챗GPT의 모회사인 OpenAI에 대한 225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집행하는 데 사용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소프트뱅크의 최고 재무 책임자(CFO)인 고토 요시미쓰는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면서도 투자자들에게 많은 투자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엇갈린 시장 반응과 아시아 기술주 동반 하락

소프트뱅크가 AI 랠리의 최대 수혜주인 엔비디아 주식을 매각한 것은 일부 투자자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소프트뱅크의 비전 펀드는 2017년에도 약 40억 달러 규모의 엔비디아 지분을 확보했다가 2019년 1월에 전량 매도한 이력이 있습니다.

웨드부시 증권의 댄 아이브스(Dan Ives) 글로벌 기술 연구 책임자는 “이는 소프트뱅크가 AI 테마에 대해 비관적으로 돌아섰다는 신호가 아니라, (하드웨어가 아닌) 생성형 AI 분야에 베팅을 두 배로 늘린 강세 신호”라고 분석했습니다.

뉴 스트리트 리서치의 롤프 벌크(Rolf Bulk) 애널리스트는 OpenAI가 소프트뱅크의 생성형 AI 포트폴리오의 중심이지만, 여전히 하드웨어도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소프트뱅크는 영국 반도체 설계 기업 Arm의 지배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Arm의 설계는 모바일 및 AI 프로세서의 핵심입니다.

한편, 소프트뱅크의 결정은 아시아 기술주 전반에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반도체 테스트 장비 제조업체 어드반테스트와 칩 생산 장비 업체 도쿄 일렉트론이 2% 이상 하락했습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기업인 대만의 TSMC와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 대기업 SK하이닉스도 각각 0.34%, 1.62% 하락하며 AI 공급망 전반에 걸친 불확실성을 반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