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실적에도 웃지 못한 엔비디아, 차세대 추론용 칩으로 반전 노린다

엔비디아(NVDA)가 또 한 번 시장의 예상치를 뛰어넘는 경이로운 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총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3% 증가한 681억 달러를 기록했고, 핵심 캐시카우인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 역시 75%나 급증하며 623억 달러에 달했다. 펀더멘털은 그 어느 때보다 무결점인 상태다. 하지만 주가 흐름은 철저히 엇갈렸다. 2월 26일 목요일 실적 발표 직후 엔비디아 주가는 약 5.5% 급락하며 2025년 4월 이후 최악의 일일 낙폭을 기록했다.

호실적과 긍정적인 가이던스가 제시됐음에도 주가가 미끄러진 이유는 명확하다. 이제 투자자들에게 엔비디아는 단순한 개별 기술주가 아니다. 이 기업은 현재 과열된 AI 산업 생태계 전체의 분위기를 대변하는 일종의 바로미터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은 빅테크 기업들의 막대한 AI 인프라 투자가 여전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확장 단계에 있는지, 아니면 점차 구체적인 투자 회수를 요구하는 시점으로 넘어가고 있는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엔비디아의 분기 실적은 철저히 기업 고유의 성과지만, 정작 주가는 더 넓은 AI 산업의 심리를 반영하다 보니 시장 반응이 이토록 기이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새로운 촉매제가 될 차세대 칩 플랫폼 주가를 끌어올릴 강력한 모멘텀이 필요한 상황에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늦은 금요일 매우 흥미로운 소식을 전했다. 엔비디아가 조만간 추론 작업에 특화된 새로운 칩 플랫폼을 선보일 계획이라는 내용이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이 플랫폼에 ‘그로크(Groq)’의 기술 설계가 도입된다는 점이다. 엔비디아는 지난해 말 이 AI 반도체 스타트업과 200억 달러 규모의 대형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단순히 기술만 가져온 것이 아니다. 창업자인 조나단 로스를 포함한 그로크의 핵심 인력들까지 엔비디아에 합류시키며 차세대 시장 선점을 위한 포석을 단단히 다져둔 상태다.

월가의 시각: 마이클 조던급 수치와 확장하는 생태계 최근의 매도세가 단순한 경고인지 아니면 저가 매수의 기회인지 판단하려는 투자자들에게 웨드부시 증권의 댄 아이브스가 내놓은 분석은 꽤 의미심장하다. 그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엔비디아의 실적을 농구 황제에 빗대어 “마이클 조던급 수치”라고 치켜세웠다. 기업 규모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성장률이 둔화한다는 이른바 ‘대수의 법칙’이 적어도 아직까지는 엔비디아에 통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이브스는 엔비디아의 향후 행보를 매우 공격적으로 전망하며 여전히 주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엔비디아의 다음 단계는 단순히 ‘더 많은 AI’를 만들어내는 1차원적인 확장이 아니다.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부터 물리적 AI, 로봇 공학, 자율 주행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AI가 접목될 새로운 버티컬 시장이 계속해서 열리고 있어 수요 둔화를 걱정할 단계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업계가 성숙해지면 결국 5개에서 최대 10개에 달하는 주요 칩 제조사들이 파이를 나누는 경쟁 구도가 형성되겠지만, 향후 1년 반에서 3년 동안은 엔비디아가 대체 불가능한 최고의 선택지로 군림할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AI 수혜주의 다변화 흐름 물론 AI 생태계의 승자가 반도체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아이브스는 현재 주식 시장에서 소프트웨어 분야가 다소 소외된 상태라고 지적하며, 마이크로소프트(MSFT)를 최선호 매수 종목으로 꼽았다. 이는 향후 투자 수익의 흐름이 하드웨어 인프라에서 점차 소프트웨어와 응용 분야로 넓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현재 관련 시장에서는 엔비디아(-4.16%) 외에도 알파벳(GOOGL, +1.42%), 브로드컴(AVGO, -0.67%) 등 주요 기술주들이 저마다 다른 주가 흐름을 보이며 투자자들의 다음 행보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