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로봇 업고 질주… ‘아틀라스’ 모멘텀으로 도요타 시총 넘보나

만년 박스권에 갇혀 있던 현대자동차의 주가가 그야말로 거침없는 랠리를 펼치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10만~20만 원대 좁은 구간을 횡보하던 주가는 연초부터 급등세를 타기 시작했다. 지난 13일 사상 처음으로 40만 원 고지를 밟은 데 이어, 최근 금요일 장에서는 67만 4000원까지 치솟으며 시장의 예측을 훌쩍 뛰어넘었다. CES 2026을 기점으로 주가가 두 배 이상 폭등하면서, 증권가에서는 현대차가 일본 도요타의 시가총액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과감한 전망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완성차를 넘어 ‘피지컬 AI’ 기업으로의 도약

이러한 기록적인 주가 상승의 핵심 촉매제는 단연 ‘로봇’이다. 현대차그룹은 CES 2026에서 자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대중 앞에 처음으로 공개했다. 나아가 로보틱스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기반 공장(SDF)을 아우르는 ‘피지컬 AI(물리적 인공지능)’ 로드맵을 발표하며 투자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다.

자동차와 로봇, AI가 하나로 융합되는 흐름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 중국의 샤오펑이 스스로를 피지컬 AI 회사로 정의하며 로보택시와 휴머노이드 양산 계획을 밝혔고, 엔비디아 역시 이 치열한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제 시장은 현대차를 단순한 전통 완성차 제조업체가 아닌, 강력한 미래 로봇 모멘텀을 장착한 혁신 기술 기업으로 재평가하고 있다.

테슬라 ‘옵티머스’에 던진 강력한 도전장

완성차 기업들이 앞다퉈 로봇 산업으로 영토를 확장하는 본질적인 이유는 폭발적인 성장성에 있다. 장기적으로 글로벌 로봇 시장의 규모가 자동차 산업의 두 배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자동차 제조사들은 원재료 가공부터 부품 제조, 대규모 양산과 원가 관리에 이르기까지 이미 로봇 산업에 최적화된 밸류체인을 확보하고 있다.

현대차는 보스턴다이내믹스(지분 88% 보유)를 필두로 테슬라의 ‘옵티머스’가 주도하던 휴머노이드 시장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아틀라스의 오프라인 공개는 로봇이 넘어지는 등의 기술적 리스크를 극복하고, 마침내 상용화를 추진할 수 있는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한다. 오히려 실제 데이터를 축적하는 환경에서는 현대차가 테슬라보다 구조적인 우위에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테슬라가 자동차 공장이라는 제한된 현장 데이터에 집중한다면, 현대차그룹은 현대제철의 고온·고위험 환경이나 현대글로비스의 복잡한 물류 현장 등 훨씬 다양하고 방대한 물리 데이터를 학습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교 대상은 도요타가 아닌 테슬라”

놀라운 주가 흐름과 함께 현대차가 글로벌 완성차 1위인 도요타의 시가총액을 추월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무르익고 있다. 현재 현대차의 시가총액은 약 138조 원으로, 기아(80조 원)를 합치면 그룹 전체 가치가 200조 원을 훌쩍 넘긴다. 아직 도요타(약 470조 원) 규모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미래 성장 동력의 확연한 차이가 향후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증권 임은영 수석연구위원은 현대차가 자율주행이라는 기존의 약점을 엔비디아와의 협력 및 적극적인 인재 영입으로 극복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전고체 배터리 기술과 로보틱스 역량이 실제 산업 현장에서 입증된다면,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점 자체가 도요타에서 테슬라로 이동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요타가 여전히 하이브리드에 집중하며 순수 전기차와 휴머노이드 분야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과는 확연히 대조되는 행보다.

쏟아지는 장밋빛 전망과 2028년의 비전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를 반영하듯 국내외 증권사들은 일제히 현대차의 밸류에이션을 상향 조정하고 있다. 랠리 초입부터 유진투자증권은 목표가를 60만 원으로 크게 높였고, 교보증권(48만 원)과 키움증권(45만 원) 등도 눈높이를 올리며 시장의 열기에 불을 지폈다.

iM증권 고태봉 본부장은 현대차의 주가수익비율(PER)이 12배 수준에 불과해 약 320배에 달하는 테슬라와 큰 격차가 있지만,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상장 가능성과 가치가 반영되면 이 간극이 빠르게 좁혀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BNP파리바의 제이슨 루이 역시 휴머노이드 콘셉트에 대한 시장의 긍정적인 심리가 한국 자동차 업계 전반의 밸류에이션 재평가를 이끌고 있다고 덧붙였다.

물론 가파른 급등세에 따른 피로감을 지적하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CES의 모멘텀이 소화되고 나면 단기적인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럼에도 현대차가 제시한 2028년 아틀라스 3만 대 양산 및 실제 생산 라인 투입이라는 뚜렷한 청사진, 그리고 구글 등 빅테크와의 구체적인 협력 소식은 주가의 하방을 단단하게 지지한다. 전문가들은 주가 조정이 오더라도 탄탄한 실적과 미래 모멘텀을 감안할 때, 오히려 훌륭한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